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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문제와 발명에만 몰두하겠다..
그러니 이제 내가 이 분야에서 저분야로 왔다갔다 해도
독자여! 나를 비웃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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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불. 낯선 이름이다. 당연한 것이 그는 예술가가 아니다. 미국의 유명 자선 사업가이자 미술 컬렉터였던 헨리 불은 독특하게도 손과 관련된 작품에 천착했다. 1993년 10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주제로 한 사진 ‘골무를 낀 손’을 구입하면서부터 시작된 그의 손 컬렉션은 사진과 조각을 망라하여 현재 1000여 점이 넘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그 중에서 사진 116점과 조각 32점이다. 비록 컬렉션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감동과 의미는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전시회는 불의 컬렉션 정신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사진의 역사가 펼쳐진다. 19세기 사진의 미명기로부터 20세기 후반 현대 사진에 이르기까지 손을 담은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만 레이, 어빙 펜, 로버트 카파, 마틴 파,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같은 사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전설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아우르는 가운데, 각각 프랑스와 영국 출신으로 자신이야말로 사진의 발명가라고 우기고 있는 다게르와 탈보트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 흥미롭다.
조각과 사진이 어우러져 있는 3층은 이번 전시의 목적, 나아가 불의 컬렉션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나타낸다. 바로 손이 축적한 개개인의 역사다. 리처드 아베든이 촬영한 1940년대 유명 복서 루이스 조의 억센 주먹은 시공간을 뛰어 넘어 전설의 ‘챔프’와 조우하게 한다. 크고 작은 상처가 뚜렷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손은 작품 뒤에 감춰진 창작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다. 마르고 주름진 두 손을 꽉 쥔 채 기도하는 테레사 수녀의 손은 신과 소통하려는 한 인간의 소박함과 경건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손의 의미는 이렇듯 명징하다. 때문에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자신의 손을 찍은 후 ‘자화상’라 명명했고, 멕시코 조각가인 가브리엘 오르츠크는 양손을 담은 자신의 사진에 ‘나의 손은 나의 마음이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불이 왜 손에 천착하는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5월 24일 일요일까지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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